19 M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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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뉴욕에서 온 이방인 일러스트레이터, ‘데미안 전’

이름의 유래는 프랑스어, 글램락을 좋아하는 취향은 영국으로부터. 하지만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데미안 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서영 작가. 알면 알수록 미지의 영역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은 풍부한 표현력으로 나타났고, 데미안 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그 틈 사이를 한올한올 볼펜으로 메워 나간 작가는 흐릿하지만 몽환적인, 꿈과 현실의 경계를 추구한다. 

(이미지 제공: 데미안 전)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했지만, 이름은 프랑스어다.

 Bath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영어 이름을 정할 때 중성적이면서도 잘 쓰이지 않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프랑스어인 Demain을 영어로 읽으면 디미언이 되기 때문에 철자를 바꿔 ‘Damien(데미안)’으로 정했다.

이름으로 사용할 정도로 문학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주로 문학 작품과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내 이름도 하나의 예시다. 그 당시 작업들을 보면 어떤 책을 읽었고, 무슨 영화를 봤고 그로 인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고전 영화나 문학의 내용은 밝지만은 않다. 그런 부분들은 내 그림의 분위기에서 보이기도.

특히, 데미안 전의 그림은 글램락 시대를 품고 있다고.

Eros and Psyche

글램락에 대해 알게 된 건 토드 헤인즈의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서다. 그들의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 무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데이빗 보위뿐 아니라 다른 유명 글램락 아티스트들의 영상과 사진, 음악들을 찾아보았다. 흐릿하지만 몽환적이었다. 펄과 스팽글의 반짝거림으로 가득했고, 메이크업과 의상은 선명한 색들로 꾸며져 있었다. 시대는 갔지만, 화면 속에서 그들은 퇴색함 없이 반짝이고 화려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더욱 덧없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도 그때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과 금방 유행이 지나갈 SPA브랜드의 옷들, 끝없이 모으게 되는 립과 셰도우. 사람들의 욕망을 극대화해서 보여준 시대가 글램락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빗 보위와 글램락. 모두 영국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러나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Illustration for Lithium Magazine

영국의 브릿팝과 락스타들의 음악에서 문화적 영향을 받았지만, 선호하는 화풍은 미국 쪽에 가까웠다. 미술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이 컸기에 그림 공부를 위해서 미국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또한, 솔직히 말하자면 입학할 당시 데이빗 보위가 뉴욕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뉴욕행을 결정한 것도 있다. 

뉴욕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데이빗 보위와 함께라니. 성공한 덕후다.
Tribute to David Bowie

드라마처럼, 입학 후 첫 수업 날 그의 부고를 들었다. 온갖 생각과 만감이 교차했다. 최근까지도 그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그의 죽음을 기리는 그림을 그렸고 마음 속으로 그를 완전히 보내주었다. 한 번도 보위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다. 오직 화면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보위는 내게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나 다름없다. 이를 ‘Tribute to David Bowie’ 그림으로 담았다. 

데미안 전처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는 영원할 거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생활은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MadMen

미국, 특히 뉴욕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내 그림에서 팝아트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도 미국 미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뉴욕의 모습을 그린 뉴욕 시리즈, 미드 매드맨(Madmen)을 그린 프로젝트, 호프의 그림을 패러디해 미국의 간이식당을 그린 작업. 모두 내가 뉴욕에 살지 않았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그림들이다. 

뉴욕은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이 활동한 팝아트의 도시기도 하다. 작가의 그림도 하이라이트, 번쩍임 등 움직임에 효과를 준 만화적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데.


악몽

하이라이트, 번쩍임 등 분위기와 느낌을 상징과 기호로 표현한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예전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 만화를 전공했다. 내가 추구하는 바 역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그려내는 것이기에 더욱 비현실적인 기호와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는 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마츠다 세이코

우연히 전공 수업에서 그린 볼펜 스케치의 반응이 좋았다. 교수님께서 내가 앞으로도 볼펜으로 작업하길 강력히 권유하실 정도였다. 볼펜으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도 흔치 않고, 볼펜에서 나오는 투박하고 거친 선들이 오히려 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손으로 컬러링까지 하기엔 시간과 물리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선화는 볼펜으로, 채색은 디지털로 작업하게 되었다. 

여러 재료와 도구 중 볼펜이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볼펜은 평소 내가 사용하던 도구였다. 스케치북에 편하게 낙서하던 도구와 스타일로 작업했을 때 가장 작가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부자연스러운 도구와 스타일로 작업을 하면 자유롭게 그리기도 어렵고, 그림에서도 티가 나더라. 어디서든 즉시 그려 내기 위해 편한 도구와 방식으로 작업해보는 걸 추천한다. 

여러 겹의 선이 마치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Beware of the Cat Monster

흐릿한 사진과 그림을 봤을 때 드는 아련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억 속 이미지도 선명하기보다 노이즈가 낀 듯 살짝 흐릿하다.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우리의 추억을 닮은 흐릿한 이미지를 볼 때 아련하다. 

추억을 되새기는 그림처럼, <Park in New York>의 그림을 보니 입안에서 톡톡 터지던 사탕이 생각난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Park in New York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은 ‘매디슨 스퀘어 공원(Madison Square Park)’이다. 학교 가는 길에 있었기 때문에 자주 지나다니던 곳이었다. 햇빛이 잘 들 때 강아지 공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온 사람들, 쉑쉑버거를 먹으려 몰려온 사람들. ‘뉴욕’ 하면 떠오르는 가장 밝고 활기찬 공간이다. 한국 공원과 달리 뉴욕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한다. 키가 큰 나무들이 만든 그림자 사이로 들어오는 빛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요소들을 넣어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그려내기 위해 집중했다. 

그림 곳곳에 물든 뉴욕 생활의 그리움이 느껴진다. <Watermelon> 그림을 보면 아기 대신 수박을 안고 있는데 여기에도 비화가 있는 건가.

Watermelon

실제로 겪은 일은 아니다. 뉴욕 전철 안의 모습을 상상대로 그려보았다. 아기와 수박을 들고 있는 남자,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 그 외에는 모두 졸거나 자기 할 일을 하는 중이다. 이 침묵을 깰 만한 특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귀여운 아기와 커다란 수박을 등장시켜야 할 것만 같았다. 삭막한 뉴욕 전철에서 보기 드문, 미소 짓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올해의 4분의 1이 지나간다.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Ai vs Human

현재 두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들과 함께 ‘주간일러’라는 프로젝트를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다. 각자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하고, 일주일마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작업물 양이 어느 정도 쌓이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내가 느끼는 바, 생각하는 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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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데미안 전(DAMIEN JEON) -

#ILLUSTRATOR    #GLAM_ROCK   #CARTOON   #DAVID_BOWIE   #NEW_YORK   #SEOUL  

일러스트레이터 '데미안 전'은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며 글램락과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실험적인 이미지들을 강렬한 색들로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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