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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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관성에 의해 가려진 원본을 찾아 나선다, 김민경 작가

 

안경과 커튼, 시계와 왼손. 얼핏 듣기엔 도대체 연관성을 알 수 없는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김민경 작가의 세계 속에선 그 매칭에 의미가 있다. 그는 익숙함이란 먼지가 내려 앉은 단어들에 입김을 훅 불어 ‘원본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일상 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보는 물체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익숙함에 눈이 멀어 그 물체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모든 게 새로워 보이는 까마득한 그 시절, 우린 세계가 다채로워 보였다. 현재의 삶이 지루한 이유는 안온함이란 푹신한 소파에 빠져 더 이상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민경의 시선은 대단하다. 푹신한 소파를 스스로 박차고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나. 

관성에 의해 작업을 진행하면 일정한 패턴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우린 손에 익은 것이라고도 하고, 익숙해진 것이라고도 한다. 김민경 작가는 달의 두 가지 속성을 닮고자 했다. 매일 떠 있고, 매 순간 변화하고. 작업을 놓지 않되,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그의 ‘일상’이 기대된다. 
(사진 제공 : Minet Kim)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김민경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부터 하고 갈까.
Minet Kim - <Awake>

그럴까. 우선, 그림으로 먹고 살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는 사람이다. 미넷(Minet) 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유학생 시절부터 사용한 닉네임이다. 간혹 ‘왜 미넷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라고만 답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야기 해볼까. 시간은 충분하니까.

2013년 유학 당시, 본명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색한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상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어느 날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됐다. 그때 내게 이름 후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나가 지금 이름인 김민경, 다른 하나는 김민혜였다. 엄마는 ‘네가 만약 김민혜로 태어났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네가 상상한 인생을 너의 작품 속에서 제약 없이 마음껏 표현해 보길 바라’ 라고 말하셨다. 그 이후 민혜를 계속 발음하다가 미넷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미넷 작가라고 해야겠다.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이름이니까. 인스타그램을 봤는데, DOG LOVER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라. 그 말에 걸맞게 작품 속에서 강아지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Minet Kim - <pixpills 's annual calendar project>

미국 뉴욕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 온지 2년 정도 되었는데, 할머니 집에 방문했을 때 강아지 두 마리를 만났다. 현재 나의 반려견인 모리와 체리였다. 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강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었다. 주변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나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컸거든. 그래서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쉽게 우울해지곤 했다. 이 아이들을 만난 후, 삶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무엇보다 눈물이 많아졌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마지막 말에 특히나 공감한다. 이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 아이들을 삶에 들임으로서 보이기 시작하지. 강아지 오브제를 배치하는 건 이제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강아지 외에 작품에 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 있나.
Minet Kim - <Shower emoji>

말이 안 되는 요소를 한 공간 안에 배치하는 걸 즐긴다.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에 이상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유독 좋아하는 오브제는 둥근 보름달, 구 도형이다. 그림을 완성했는데, 형용하기 힘든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 구 도형을 넣으면 안정감이 생기는 기분을 느낀다. 다 같은 형태의 구 도형이지만, 각 그림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역할 하는 점도 재미있다. 

확실히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오브제를 배치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안경, 그리고 커튼>이나 <시계 그리고 왼손> 같은 경우는 사과와 철강석처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만나 이뤄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의도가 궁금한데.


Minet Kim - 안경 그리고 커튼(Glasses and Curtains)

출발점은 보이지 않는 세계, 무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한 것이었다. 무의식에 대해 리서치를 하다가, 프로이트 무의식 이론에 영향을 받은 1920년대 초현실주의 개념과 기법들에 흥미가 생겼다. 그 중에서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전혀 다른 상황이나 환경에 옮겨 놓는 ‘데페이즈망 기법’에 관심이 갔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먼저 10개의 ‘두 가지 물체’를 선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반된 속성이라는 연결점이 존재하게끔 매칭했다. 

안경과 커튼의 상반된 속성은 ‘시각’이라는 걸 기점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계와 왼손은 어떤 대척된 속성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안경과 커튼 같은 경우엔 안경은 잘 보기 위해, 커튼은 감추기 위해 사용한다. 시계와 왼손에서 시계는 타의에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움직이지만, 왼손은 자의에 의한 움직임이고, 왼쪽에 있다. 

흥미롭다. 매번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 때문인지 두 개의 속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Minet Kim - 시계 그리고 왼손(The clock and Left hands)

맞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수많은 정보와 시각적 이미지 속에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숨어 있다. 나는 그러한 의미들을 찾고, 발견하려는 사람이다. 내 작품을 보는 사람은 작품 뒤에 감추어진 상징적인 것들을 발견하려고 하기 보다, 이미지 그 자체로 바라보며 신비함을 경험하길 바란다. 익숙함이란 고정관념은 잠시 뒤로 미뤄 놓고. 

이미지 자체로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구나. 미넷의 작품은 오브제의 배치가 독특하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 종종 있다. 이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기 보단 내가 받아들이는 대로 바라보면 된다는 걸까.

보는 이에 따라 상상하며 해석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보단 이쪽에 조금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건 무슨 의미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너는 이 이미지가 어떻게 보여?” 라고 되묻는다. 오브제의 배치를 할 때 우리가 분명 아는 사물인데 낯설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익숙한 사물이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 미넷의 작품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Minet Kim - <Moon emoji>

그런가. 내가 생각하는 내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달’인 것 같다. 달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 달은 항상 떠 있고, 주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지 않나. 작업을 한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 퇴화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 현재는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시각화 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며 작업하고 있지만, 내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같은 주제에 흥미를 둘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같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는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다. 항상 떠있는 달처럼 어디선가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 이와 동시에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나에게 귀 기울이고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게 문제지만…. 

익숙함을 가장 멀리하는구나. 문학에서도 ‘낯설게 하기’ 기법이 있을 만큼 예술에서 익숙함은 때론 독이 되니까. 미넷의 작품이 새로워 보이는 이유는 작품의 표현 방식과 색상의 선택도 있는 것 같다. 일러스트에선 보기 힘든 강한 컬러감이 돋보인다.

Minet Kim - <NewYorkmag 'Sex and Consequence' Illustration>

2017년부터 디지털로 작업했는데, 이전까진 아크릴, 수채화, 마카, 색연필 등 수작업을 주로 했다. 그 당시에는 톤이 어둡고, 컬러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디지털로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RGB 색상 속 선택의 자유를 느꼈다. 최대한 인쇄매체에서 구현하기 힘든 색상들을 사용하며 희열감을 느꼈다. 초반에는 색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도적으로 보색을 사용하고 나름의 규칙을 세우며 작업했지만 어느 순간 그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지더라. 지금은 특별한 의미 없이 내 눈에 신선하게 보이고 재밌는 색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작업임에도 수작업의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컬러감은 누가 봐도 디지털인데 질감이 수작업 느낌이 나서 묘한 괴리감을 느낀다. 그게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목탄, 잉크, 구겨진 종이, 에어브러쉬 등 수작업 재료를 이용해 텍스처를 만든 후 스캔한다. 스캔한 이미지를 이용해 디지털에서 작업을 이어한다. 이 때문 아닐까.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오래 한 편이 아니지만, 눈에 띄는 이력이 있었다. ‘뉴욕타임즈’ 일러스트 작업을 했던데.

Minet Kim - <New York Times illustration>

맞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던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꾸는 일이었고, 나 역시 유학생 시절 뉴욕에 오자 마자 뉴욕타임즈 빌딩 앞에서 ‘내가 5년 안에 무조건 너랑 일하고 만다’ 라고 다짐했거든. 그때 그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다.

꿈 1단계를 이뤘네. 2021년에 또 이루고 싶은 게 있나.

우선 그림 표현에 있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다. 운동하는 습관도 기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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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민경(KIM MINET) -

#ART   #PHILOSOPHY   #SURREALISM   #VINTAGE   #COLOR  

미넷은 작업을 위한 기술적 그리고 예술성 측면에서의 훈련을 하는 동시에 철학적인 개념도 탐구한다. 시각 언어에 대한 그녀의 실험적인 접근법은 그녀의 일상 생활에서 받은 인상과 초현실주의 이미지와 빈티지 컬러에서 영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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