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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Ju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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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아트 디렉터, 인선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리드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VOD 유통에 머물러 있던 OTT 서비스의 정의를 바꾼 기업. 넷플릭스다. 인선민은 그곳에서 애니메이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를 꿈 꾸는 이들에겐 선망의 자리에 오른 그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만나 나눠본 그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양인 여성이자, 고된 일도 경험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단 한 가지, 평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면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과 열정 뿐. 

인선민은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소니 픽쳐스 등 유수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에서 일 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로는 학생 때 맡았던 작은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규모와는 상관 없이, 그는 가장 순수하게 일을 좋아할 수 있었던 그 순간이 그에겐 다시 없을 경험이자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넷플릭스 아트 디렉터라는, 어쩌면 누군가의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한 그이지만 그는 여전히 꿈을 꾼다. TV쇼를 연출해 보고 싶고, 유튜브도 해보고 싶다며 신이 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 모습엔 콘텐츠를 좋아하는 순수한 아티스트의 모습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쭉 미국에서 사셨던 거예요?

인선민 - 미국 아트센터 대학교 졸업작품 중


인선민 - 미국 아트센터 졸업작품 중

그건 아니고요, 고등학교는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아트 센터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5~6년 정도 애니메이션 영화 계열에서 일하고 있어요.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만화 영화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아트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인선민 - 워너 브라더스의 <아기배달부 스토크>

영화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샷(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아기배달부 스토크] 1차 예고편

사실 아트 디렉터 일이 회사마다 달라요.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회사가 설립된 지 오래 안 됐거든요. 한 2년 전쯤? 그래서 여기저기서 아티스트들을 모집했어요. 디즈니, 드림웍스, 카툰네트워크….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 좋은 오퍼를 받고 넷플릭스로 넘어왔죠. 그렇다 보니 각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서, 디즈니 같은 경우에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걸 다 감독하고, 그 밑에 배경을 감독하는 사람, 캐릭터를 감독하는 사람 이렇게 나뉘거든요. 저는 대체로 저희 프로젝트의 스타일을 보고 있어요. 아티스트들이 그림을 그릴 때 전체적인 스타일에 안 맞게 그리고 있으면, ‘선을 이렇게 그려라’, ‘색채를 이렇게 쓰면 좋겠다’ 이런 걸 디렉팅하고 있고. 질감이나 색감 같은 건 제가 전부 감독하고 있고요. 디자인 같은 건 제 상사가 담당하고 있어요. 그렇게 저희 둘이 손 붙잡고서 감독한 걸, 감독에게 보여주면서 방향성을 체크해요. 

굉장히 세세하게 일이 나뉘는군요. 아트 디렉터는 그중에서 총괄 셰프 같은 느낌이네요. 전체 색채를 맞추는.

네, 맞아요. 

넷플릭스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잖아요.

그런가요… 요즘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디즈니 플러스도 있고, 훌루도 있고. 경쟁이 굉장히 심한 곳이죠. 

그렇지만 현재 1위라는 건 아직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곳에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예요?

인선민 - MOONIMAX (쓰레기 귀신이 나오게 된 만화의 일부)

저도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들어오기 바로 전에 애니메이션을 관뒀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라이브 액션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영화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한 달 반 쯤 지났을 때 갑자기 넷플릭스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건너서 아는 지인 분이 저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전부 그림 그리는 사람이니까, 알 사람은 다 알거든요. 이것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그만두려 했던 건데, 이것 덕분에 다시 시작하게 됐네요. 

풀이 좁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나 봐요.

네. 이건 얘기를 하지 말까, 고민하다가 기사를 읽는 분들 중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꺼내는 얘긴데요. 그땐 힘들었지만 이젠 저에게 경험으로 남기도 했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서로 거의 알아요. 판이 좁거든요. 졸업하고 저는 디즈니 테마파크 쪽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애니메이션 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걸 알았던 한 디즈니 감독 분이 제게 멘토를 한 명 붙여주셨어요. 제가 부탁했거든요. 정말 정말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싶다고. 그분이 흔쾌히 멘토를 한 명 소개 시켜 줬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저랑 같이 졸업한 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던 거예요. 진짜 좁죠. 

정말 좁네요. 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멘토라니…. 상황이 난감했겠어요.

진짜 난처했죠. 어쨌든 친구한테 상황을 얘기하고 진행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너는 비자도 필요하고, 열심히 하니까 잘 해봐’ 라고 했어요. 그 말을 믿고 했는데, 그 친구가 ‘하라고 진짜 하냐’ 라며 저에게 화가 난 거예요. 거기서 끝나면 차라리 나았는데, 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주변에 내기 시작한 거죠. 이 좁은 판에서 안 좋은 소문이 퍼지니까 진짜 힘들더라고요. 절 전혀 모르는 사람도 저를 보자마자 쌀쌀맞게 굴고, 인스타그램 블락하고. 이러다간 이 판에서 일을 못 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이 소문을 알고 있고, 저는 이걸 견딜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 거예요. 사실은 누가 알고, 누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건데도요.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흐르니까 ‘때려 치워야겠다’ 하고 애니메이션을 포기했어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했던 영화를 배워보고자, 학교에 갔는데 넷플릭스에서 연락이 온 거죠. 완전히 등을 돌렸을 때 연락이 오니까 고민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락한 이유가 뭐예요?

인선민 - Doodle(개인 작업)

언젠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하고, 넷플릭스 아트 디렉터를 하면 신뢰도 많이 쌓이니까요. 제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더 빨리 만들기 위해선 넷플릭스 아트 디렉터 자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 두 번째 찾아온 기회를 잡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실 디즈니나 소니 픽쳐스, 워너브라더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활동을 했길래 탄탄대로만 걸어온 줄 알았어요.

하하하. 아니에요. 사실 한 군데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너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문이 퍼졌을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저에겐 굉장히 도움이 됐던 경험이에요. 소문이 퍼져도 내가 열심히 하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구나. 소문에 휩쓸리는 사람들은 이미 절 떠나니까 제 곁에 남은 사람들, 제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진정한 사람들인 거예요. 알아서 걸러 준 거죠. 그래서 이젠 고맙기도 해요. 

성숙의 시간이었네요. 사실 외국인 신분으로 자기의 능력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자국민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들보다 배로 나아야 인정 받을 수 있으니까.

맞아요. 저도 그 생각 많이 했어요. 대학 다녔을 땐 시민권 있는 애들보다 두 배는 잘하지 않으면 절대로 일이 생기지 않을 거란 공포심이 컸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거나, 파티 가거나 그런 것 없이 정말 오로지 숙제만 했어요. 지금도 ‘인선민 기계인간 아냐?’ 라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정말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도 좋아해요. 

실력과 운, 두 가지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하나 봐요.

네, 실력이 좋아도 스타일이 안 맞으면 일이 안 구해져요. 그 스타일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요. 정말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 결정되는 거예요. 비자 문제도 물론 있죠. 그래도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보는 게,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넷플릭스라던지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 문제 되지 않는 거죠. 훨씬 기회가 커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스타일이 안 맞으면 일이 잘 안 구해진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조금 더 보편적인 화풍을 연구하는 게 더 좋을까요?

인선민 - Just Ghost Things

글쎄요. 옛날에는 디즈니는 디즈니스러운 영화, 드림웍스는 드림웍스 같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제 너무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더 많은 스타일을 연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어요. 새로운 걸 시도함에 있어 회사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내기 시작한 거죠. 제 그림은 전혀 디즈니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특이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 편인데, 저는 물론 제 그림이 특이한지 모르겠지만요. 저도 보편적으로 그리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제가 디즈니처럼 그리려고 해도, 그건 디즈니도 아니고 인선민도 아니에요. 그냥 똥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하던 대로 하고 있는데, 그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하는 감독님들이 있어요. 제가 디즈니스럽고 싶어 했다면 이 기회도 잡지 못했겠죠. 

인선민 디렉터가 넷플릭스에서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인선민 - 넷플릭스 <울트라맨> 티저 이미지

아,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굉장한 콜라보 작품의 미술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와 츠부라야 합작 프로젝트로, 새로운 <울트라맨>을 만드는 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스타워즈>나 <더 만달로리안>의 시각부문을 맡아 엄청난 성공을 거둔 ILM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고 또 영광이에요. 이번 <울트라맨>은 여태까지 만들어온 TV쇼 ‘울트라맨’과는 스토리도,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색다른 방향이에요.

<울트라맨>이라니,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그럴 수 있어요. 요즘에서야 미국에서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그전에도 동양인에 대한 폭력과 압박은 항상 존재해 왔어요. 이 쇼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동양인들이 받는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 더 완화시키고, 동양인들의 이야기를 보편화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덥석 하겠다고 했죠. 미국에선 제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울트라맨의 문화를 잘 이해할 거라는 어이없는 코멘트를 많이 듣고있지만요.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전혀 다르잖아요. 하지만, 그렇기에 일본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개인시간에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고, 문화 전반을 공부 중입니다. 

기대 되네요. 그럼 지금까지 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어요? 유명한 작품이라던가.

인선민 -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컨셉 이미지


[보너스영상] 메리 포핀스 리턴즈 명장면 | 디즈니 | 메리 포핀스 리턴즈

유명한 거랑, 애착 가는 게 완전 달라요. 참여한 작품 중에 유명했던 건 <메리 포핀스 리턴즈>인데, 진짜 애착 가는 건 제가 학교 다닐 때 일했던 만화예요. 중국에서 투자한 ‘Rock Dog’이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진짜 즐거웠어요. 

왜 그게 더 즐거웠어요?

인선민 - <드림 쏭>(원제 : Rock Dog) 작업 이미지

Rock Dog Official Trailer #1 (2017) Luke Wilson, Eddie Izzard Animated Movie HD

우선, 학교 다닐 때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했고 기대가 컸거든요. 직장이 엄청 먼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거리가 있었는데 맨날 새벽 6시에 가서 에스프레소 2잔을 들이킨 다음, 오후 4시까지 일했어요. 신나니까 더 일할 때도 많았죠. 애니메이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 값진 경험이었고 감사했어요. 이후로 많은 프로젝트를 맡았지만, 그때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거랑은 상관 없이요. 

인선민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느낀건데, 어떻게 보면 아트 디렉터로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 나가고 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로서 불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인선민 - JGT_003_N

당연하죠. 친구들하고도 자주 하는 얘긴데, 예술을 하는 것 자체가 자기 마음 속을 까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나를 꺼내서 크리틱을 받다 보니 불안함은 항상 있어요.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쩌지, 다른 사람보다 못 그리면 어쩌지. 이런 거. 그런 걱정은 충분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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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선민(INN SUNMIN) -

#NETFLIX   #DISNEY   #SONY   #ARTDIRECTOR   #ANIMATION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계열에서 일하고 있는 인선민입니다. 지금은 넷플릭스 만화 영화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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