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Ju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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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스마트폰 안에서 자라날 Z에게,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 ‘김효재’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 김효재는 줄곧 영생을 믿어 왔다. 영생의 목적은 젊고 건강한 육체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신념에 대한 강한 의지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된 세상에서 기록된 자아는 컴퓨터, USB, 스마트폰 등 어디서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폴트’라는 설정값에 의해 기록된 자아, 이를 신인류 ‘Z’라고 부르겠다.


신인류 ‘Z’에는 영생에 대한 김효재의 욕망과 미래의 염원이 담겨있다. 김효재는 말한다. “언젠가 스마트폰에서 잉태가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인간이 탄수화물 대신 데이터에 의해 살아가는 날이 온다면, 여성의 자궁 대신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늘날 김효재는 현대미술의 퍼포먼스이자, 스마트폰 안에서 자라날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태교 음악을 만든다. 언젠가 가상 공간에서 이뤄질 아름다운 조우를 위해. 
(영상 및 이미지 제공: 김효재)   

 

영상 제작자이자 퍼포먼스 작가인 김효재는 어떤 사람인가.

 

<Z> 영상 일부, 4분 24초, 2019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태아의 성장과정을 보는 것과 도래할 미래를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Z>에 등장하는 아기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이름은 Z, 유전자 조합체라고. 신인류를 대변할 Z의 소개를 부탁한다.


<Z> 영상 일부, 4분 24초, 2019

Z는 ‘Z세대’에서 파생된 명칭이다. 이 세대를 단순히 표방하기보다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가상과 현실, 삶과 죽음, 생물학적 종 간의 경계가 무너진 후 등장하는 새로운 혼종(A New verison of Human being)의 모습을 이들을 통해 의도하고자 하며, 바로 내가 생각하는 신인류의 모습이다.

예술가들은 보통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미디어 퍼포먼스를 시작하게 된 김효재의 계기가 궁금하다.

<Conception Dream (태몽)>, 2020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미술 작가들이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ce: 예술과 강연 형식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예술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작가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유무는 이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디어 감상자가 소셜미디어 속 영상과 비디오 작품이라는 매체를 볼 때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전보다 매체 속 발화하는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음을 엿볼 수 있다. 즉, 매체 속 발화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말하는 언어를 통해 진실을 판단하는 시대, 내가 퍼포먼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사회적 현상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하여, 나는 매체 속의 언어 중 하나인 ‘음악’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태교 음악’을 전달하고자 한다.

신인류를 위한 태교 음악으로, <Prenatal Care Center>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에서 잉태가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는 이 작업의 자세한 배경이 궁금하다.

 

신인류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던 중, 이전보다 ‘죽음’과 ‘영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 부여된 세계관은 나의 죽음 이전과 이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진화하고, 변화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겁의 시간, 마치 우주 속에 던져진 나의 모습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영생’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태교(胎敎) : 도래할 Z에게> , 싱글 채널 비디오, 2020

작업의 배경 중 하나로 보이저 금제 음반(Voyager Golden Record)을 소개하고 싶다. 보이저 금제 음반은 보이저 탐사선 2대에 실린 축음기 음반으로, 지구상의 다양한 소리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것과 동시에 먼 미래와 현재를 상징하는 음악 간의 아름다운 조우를 보여 준다. 나의 태교 음악이자 프로젝트 <Prenatal Care Center> 또한 먼 훗날 나의 자손이자 미래 세대인 신인류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스마트폰에서 잉태가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는 신인류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이어즈&이어즈(Years and Years)’ 속 인간이 죽음 후 기계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관에 ‘영생’하면서 기계 밖의 세계관(현실)의 다른 인간과 소통한다. 이는 인간이 새로운 세계관 개척을 위해 우주를 탐사하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 원하는 세계관을 창조하고,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의미한다 본다.

작업의 핵심 개념이기도 한 ‘디폴트’는 무슨 의미인가. 어떤 의문점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SSUL>, 6분 42초, 2019

‘디폴트’는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사용자 대신 설정되는 값을 의미하나 ‘탈진실(Post-Truth)’ 시대 속 진실을 찾아가는 새로운 정체성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탈진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속 정치적 공방, 가짜 뉴스 등의 현상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는 더 나아가 모든 것이 가속화되고, 과포화 되는 신자유주의 시대 속 진실이란 무엇인가? 또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결정은 무엇이며, 그 결정을 하는 새로운 자아는 어떤 모습인가?에서 출발한다. 작품 ‘디폴트Default’의 <SSUL>은 한국의 인플루언서 나라가 중국과 일본을 경유해 실제로 얼굴을 도난당한 ‘하라주쿠 썰’을 이야기하며 가상과 현실, 실제와 허구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 속 방황하는 자신의 자아를 이야기한다.

<SSUL>,<Z>,<UNBOXING> 디폴트 3부작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다.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보면 좋을까.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SSUL> 영상 일부, 6분 42초, 2019

작품의 대전제이자 메시지는 ‘인간과 데이터 간의 전이(Transition between Human and Data)’이다. 앞서 질문에 이어, 디폴트 3부작은 인간이자 현재 디폴트 ‘나라’와 데이터이자 미래 디폴트 ‘Z baby’가 탈진실 시대 속 진실을 찾아가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비디오 에세이이다. 이와 같은 조우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짜 유튜브 채널을 제작하여 마치 실제 유튜브 클립을 연속으로 보는 것처럼 의도했다. 이는 우리가 보는 영상이 가상과 현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UNBOXING>, 4분 19초, 2019

이 모호한 영상 위로 드러나는 인간과 데이터 간의 조우는 <SSUL>에서 ‘나라’에게 끊임없이 영상 통화를 시도하는 15초 광고로, <Z> 속 실제 Z세대들이 상호 간 의사소통 시 사용하는 장치이자 끊임없이 현재와의 조우를 시도하는 데이터인 에어드롭으로 나타난다. 유튜브 상에서 ‘최초 공개’를 의미하는 <UNBOXING>에서는 마침내 연결된 영상 통화 속 현재의 인간과 미래의 데이터 간의 불안정한 대화로, 이는 동시대 우리가 데이터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반영한다.

<SSUL>의 영상 구성이 흥미롭다. 유튜브 플랫폼이지만, 인스타그램의 필터와 'swipe up' 스티커가 적용됐다. 요즘 세대들의 디지털 성향을 완벽히 반영한 것 같은데.

<SSUL> 영상 일부, 6분 42초, 2019

 

‘디폴트Default’ 3부작의 제작연도는 2019년도로, 그때 당시 미래의 디폴트 ‘Z baby’의 참고자료로 근미래 세대인 ‘Z’세대에 관한 리서치를 했었다. 당시에 ‘Z’세대는 초등학생으로, 슬라임을 만지면서 학급 아이들의 첫인상을 말하는 초등학생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전과 달리 청각을 통해 시각을 구현하는 이들의 행동을 보고, 그 직전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의 나는 언젠가 멸종하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리하여 포노 사피엔스, 신인류, 디지털 원주민 등 수많은 수식어로 점철된 이 세대를 연구하게 되면서 나온 여러 장치들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게 되었다.

김효재의 상상력은 어디서 혹은 무엇, 누구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가.

주로 동시대 학자들의 사상에서 영감을 받는다. 최근의 경우 홍콩 출신의 철학자 육후이(Yuck Hui)가 발표한 ‘디지털 크로노폴로지론(Digital Chrono-topology)’를 흥미롭게 들었다.

가장 최근 작업이 <Prenatal Care Center>의 ‘Conception Dream (태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어떤 작업을 계획 중인가.


<Conception Dream (태몽)>, 2020

<Prenatal Care Center>의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나의 실제 조상이 죽음 이전에 남긴 가사, ‘술회가’를 앰비언트 테크노 및 범패의 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태교 음악을 작곡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신체에 대한 탐구로 ‘자유’를 뜻하는 신체 활동, ‘파쿠르’에 대한 퍼포먼스를 뉴욕, 프랑스, 서울 등의 전시와 입주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90년대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나 해러웨이의 책 ‘사이보그 선언’ 중 이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여신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이보그가 되겠다. (I would rather be a cyborg than a godd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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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효재(KIM HYOJAE) -

#MEDIA_PERFORMER   #VIDEO   #DEFAUT   #Z   #ARTIST   #PRENATAL_EDUCATION  

김효재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로, 그동안 작업 세계관을 명명하는 '디폴트' 와 신인류 'Z'세대에 관한 고찰을 이어 왔다. 김효재의 작업에서 '디폴트'라는 용어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계에서 현실의 자신과 관계 없이 사용자가 가상의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주체적으로 기초화하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전작들에서 등장한 Z는밀레니얼 세대를 칭하는 'Z'를 전유해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새로운 주체성으로 설정한 '디폴트'이자, 영생에 대한 욕망과 미래에 대한 염원이 투영된 존재이다. 현재 김효재는 언젠가 기계의 도움으로 사이버-영생을 누릴 본인의 후손들을 위한 태교 음악을 만들고 있다. 개인전으로 디폴트Default (OS, 2019)를 개최했고, 단체전으로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아르코미술관, 2020) , Ghost Coming 2020 {X-Room} (일민미술관, 2020)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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